이어폰이란 귀 안쪽에 꽂아서 소리를 듣는 목적으로 쓰는 소형 스피커를 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이어폰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런 체크리스트가 있으면 물건의 품질을 스스로 평가하고 결정할 수 있죠.
- 성능: 여러 가지 소리를 얼마나 선명하게 재생하는가
- 형상: 무게, 색깔, 형태 등 물리적인 성질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지
- 내구성: 사용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저항성이 있는가 (한 번 사면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까)
반면 좋은 이어폰을 사기 위한 기준은 한 가지뿐이네요.
- 가격: 품질에 비해서 납득할 만큼 충분히 가격이 저렴한지
여기서 이어폰 추천이란 돈 주고 살 만한 값싸고 품질이 좋은 제품 이어폰에 대한 것입니다. 체크리스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해 봅시다.
- 가격은 만 원대 정도면 괜찮고 아무리 비싸도 1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 내가 듣는 음악에서 재생되는 여러 가지 소리가 될 수 있는 한 모두 선명하게 잘 들려야 합니다. 최소한의 객관적인 기준을 정한다면 일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샀을 때 기기에 내장된 스피커보다는 소리가 훨씬 좋아야 합니다.
- 고무를 귓구멍 안에 바로 넣어 착용하는 커널형이어야 합니다.
- 좌우 선 길이가 대칭이어야 합니다.
- 선이 쉽게 끊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주머니에 넣어 다닐 것이기 때문에 단자를 꽂는 꼭지가 기역자로 꺾여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분에 단선이 일어나서 얼마 쓰지 못합니다. 칼국수처럼 얇은 면이 있는 형태의 이어폰 선은 잘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산점이 붙습니다.
-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기 제어용의 작은 버튼이나 마이크가 달려 있으면 좋습니다.
이상의 조건을 통과하는 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써 본 이어폰 중에 이 두 개 제품이 가장 괜찮았어요.
- Philips SHE3900
- Sony MDR-XB50
개인적으로 이 둘은 같은 것을 여러 개 사서 오래도록 쓰고 있습니다. 주관적인 한계효용이 0인 지점에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어폰에 돈을 아무리 더 쓴다한들 이보다 좋은 물건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외다.
두 제품을 좀 더 들여다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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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s SHE3900
가격: 1만 원 내외.
성격: 맑은 음 최강.
생김: 커널형. L자 커넥터. 연결선 좌우대칭. 마이크와 입력 버튼 지원. + 작고 선이 가늘고 가벼운 편.
이 이어폰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합니다. 주변 문구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만 원 주고 사서 부담 없이 쓰는 그런 흔한 아이템이에요. 그런데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이어폰에 비교해 보면 품질이 10배는 더 좋군요. 휴대하기 좋게 작고 외형 무난하고 예쁘게 생겼는데 청음해 봤을 때 어라 나쁘지 않네 할 정도로 음색이 깨끗합니다. 오디오 리뷰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히 호평 받은 물건입니다. 1 2 3 소리가 20만 원 짜리 이어폰 수준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4가성비 5지는좋은 이어폰입니다.
이걸로 음악을 들어 보면 분위기가 경쾌하고 맑은 것이 특징입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뭉개지거나 갈라지는 데 없이 재생됩니다. 고음역대 소리랑 저음에 강합니다. 기타나 피아노 등 줄을 당겨서 내는 소리나 드럼의 두드리는 소리가 아주 깨끗하게 들립니다. 저음보다도 특히 고음을 선명하게 재생합니다. 다만 부족한 점이라면 악기에서 나는 맑은 소리를 제외하고 막혀 있는 어떤 공간이 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웅' 하는 탁하고 약간 무거운 소리가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깨끗한 소리를 만들려고 일부러 그렇게 제품을 설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베이스도 더 많이 강하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단점으로 감안해도 전반적인 성능이 아주 우수합니다. 이 정도가 딱 이어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만큼입니다.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유닛에서 이 정도의 성능을 낸다는 것은 기술력이 좋네요. 작은 밀실을 울리는 듯한 둔탁하거나 목 막히는 것 같은 소리 없이 깨끗하고 밝은 소리를 좋아한다면 추천합니다. 주로 밴드 단위 연주나 댄스 음악을 듣기에 좋습니다.
락, 소프트 락, 퓨전, 대중 음악 장르를 들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이 이어폰으로는 Eagles - Hotel California 같은 고전을 들어 볼 만해요. 이게 이런 음악이었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신선합니다.
그리고 사진 보면 제품 포장지에 RICH BASS 뭐... 풍부한 베이스다 이렇게 써 있는데요. 지극히 개인적인 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스 강조한 것 치고는 무거운 소리가 그렇게 살지는 않습니다. 필립스라는 회사에서 나온 이어폰은 중저음 강조라는 수식어를 붙어서 나오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필립스 중저음 괜찮기는 합니다. 그런데 괜찮긴 한데 좋지는 않아요. 그럼 좋은 건 어떤 거냐. 중저음 진짜 좋은 건 소니 제품입니다. 소니 이어폰은 나중에 이야기하고요. 암튼 필립스는 중저음 강조하는 것 보면 그게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요. 여러 음향기기 소리를 들어 봤을 때 중저음이 충분히 잘 들리는 것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이름 없는 중국제나 싸구려 번들 이어폰의 소리를 들어보면 이가 10개는 빠진 것 같은 텅텅 비고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가 조금 메이커 있는 이어폰을 썼을 때 눈치 채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중저음입니다. 다시 말해서 음향기기에서 고급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큰 기준이 중저음을 얼마나 풍부하게 재현하느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 의미를 아는 듯이 중저음을 면면 강조하는 필립스랑 소니는 대중적인 브랜드면서도 이어폰 제대로 만드는 회사로 보입니다.
얘는 제품 이름을 보면 SHE3900이랑 SHE3905가 있는데 같은 이어폰에 마이크 버튼이 내장되어 있는지 아닌지 여부로 모델이 나뉘어 있는 것입니다. 마이크랑 입력 버튼이 붙어있는지 아닌지 여부만 서로 다릅니다. 버튼으로 음악을 넘기고 싶거나 이어폰으로 전화 통화하시는 분들은 3905를 사서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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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MDR-XB50
가격: 평균 5만 원대. 최저가 약 4만 원.
성격: 중저음 짱짱함.
생김: 커널형. L자 커넥터. 연결선 좌우대칭. 마이크와 입력 버튼 지원. + 이어폰의 머리가 크다. 줄이 칼국수형으로 두껍고 질기다.
대략 5만 원 선에서 살 수 있습니다. 중저음이 아주 강합니다. 고음역대 지원은 싸구려 번들 이어폰 따위보다는 훨씬 좋고 위의 필립스 SHE3900보다는 못한 정도입니다. 묵직한 소리가 특히 세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나머지 여러 소리는 균형 있게 잘 들리는 편입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제품을 해석하겠습니다. 일단 이어폰 머리에 커다란 원통이 붙어 있는데요. 이 이어폰은 중저음에 유별나게 집중했습니다. 그러니까 저 황도 통조림 캔 같이 생긴 깡통을 안에서 울려서 보통 이어폰이 낼 수 없는 무거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저음 강화 장치가 붙어 있는 이어폰 중에서는 이 제품이 가장 저렴하고 좋은 편입니다.
다만 저 깡통에 대해서 걱정되는 점은 부피 때문에 귀에 착용했을 때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바른 자세로 이어폰을 끼워 보면 오히려 깡통이 없는 다른 이어폰보다도 편안하고 착용감이 좋습니다. 저 부피가 귀 주변을 지탱하면서 고무까지 귓구멍 안쪽으로 바르게 들어가서 귀모양에 정확하게 맞게 걸리더라고요. 하지만 이어폰이 귀 바깥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어서 게으르게 듣고 싶을 때 팔베게 하지 않는 이상 옆으로 누워서 듣기가 불편하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그리고 이어폰임에도 튼튼하고 AS가 훌륭합니다. 보통 이어폰이라고 하면 좀 쓰고 버린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았어요. 선이 질기고 두꺼워서 쉽게 꼬이거나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2년 품질보증이 있습니다. 이 이어폰 예전에 거의 2년을 다 써 가던 것이 망가졌었는데 워런티가 생각 나서 수리 요청했더니 회사에서 동종의 새 제품을 우편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꽤 오래도록 썼던 기억이 있어요. 신뢰가 있습니다.
안 좋은 점이라면 저음 강조 때문에 맑은 음이 상당히 둔탁하게 재생되는 것이 흠입니다. 고음역대 소리가 답답할 정도로 약하고 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위의 이어폰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에요. 그럼에도 이것을 쓰는 이유는 저음입니다. 그리고 한 번 사면 오래도록 쓴다는 점입니다. 묵직한 소리 덕분에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데 잘 망가지지 않고 마이크랑 버튼도 기본으로 붙어 있으니까 주력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중저음에 가중치를 두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사람은 연령이 높아질 수록 귀가 저음을 위주로 듣기 때문에 특히 어른들이 쓰기 좋지 않을까 합니다. 명랑하기보다 차분하고 진득한 계통의 음악을 듣는 용도로 적합합니다.
재즈, 교향곡, 베이스, 힙합 장르의 음악을 들을 때 최적입니다.
이 이어폰으로 들어 볼 만한 음악은 이런 것이 있습니다. (Jazzinuf - Coffee And Cigarettes) 저음 강한 장치가 아니면 원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힙합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똑같이 생긴 이어폰 중에 제품 이름이 MDR-XB50이 아니라 MDR-XB70으로 시작하는 것이 있습니다. 70은 50보다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싼 대신 저 울림 깡통을 더 좋은 것을 써서 음질이 좋은 모델입니다. 그 가격이면 XB50을 두 개 사서 쓰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은 XB70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제품 홍보하는 것 같습니다.
성의 없게 마무리...
암튼 저는 그 두 개 이어폰만 여러 개 사서 용도에 맞게 번갈아가면서 씁니다. 그래서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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