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꼬깔콘 젤리 2017. 5. 9. 04:52

오늘 늦은 밤에 좀 출출해서 뭐라도 먹을까 하고 GS25에 들렀습니다. 편의점에서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아래쪽에는 젤리(사탕)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중에 눈길을 끄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무려 꼬깔콘 젤리입니다. 손바닥만한 포장지 앞면에는 "짭조름한 양념을 솔솔" "캔디류" "옥수수" "플러스고소한맛씨즈닝"이라고 써 있습니다. 고소한맛 젤리는 과연 무슨 맛이 날까요.


궁금하다면 사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2+1이라고 유혹해 와서 여러 개 살까 하다가 하나만 샀어요.



꼬깔콘 젤리의 장엄한 뒷모습입니다. 그 우아한 자태를 보십시오. 오리지널 꼬깔콘 포장지와 완벽하게 동일한 디자인입니다. 기가 막히는군요. 자, 그러면 개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봉지를 뜯자마자 맛없는 냄새가 확 올라옵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유별난 향이 납니다. 묘사하자면, 군옥수수 냄새랑 비슷한데 식물성의 무엇을 굽거나 쪘을 때 풍기는 그런 수분의 은은한 향이 아니라, 그렇게 나쁘지도 않지만 썩 좋다고는 할 수 없게 확 피어오르는 느끼한 냄새입니다. 구체적인 제품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렸을 때 먹던 아이스크림 중에 군옥수수 향이 첨가된 제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그 냄새랑 같아요.



손바닥에 내용물을 전부 털어 모아 보면 스무 개가 채 안 됩니다. 적다고 해서 불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관찰하고자 하는 호기심뿐입니다.


생김새는 원뿔형으로 표면이 거칠고 건조하면서 흰 가루가 묻어 있는 타입의 젤리입니다. 그리고 적당히 말랑말랑하니 적당히 단단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면밀히 관찰하면 표면에 꼬깔콘의 주름도 구현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개 집어서 먹어 봅시다.


입에 넣어 맛을 보는 순간 불현듯 "관광버스"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갑니다. 관광버스에서 이런 것을 종종 먹은 모양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산"입니다. 그냥 입에 넣어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 "관광버스"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맛이 납니다.


일단, 꽤 달아요. 고소하고 짭조름한 꼬깔콘의 맛을 기대했지만 젤리인 만큼 단맛이 강합니다. 맛은 엿처럼 달기만 엄청 달아요. 그러면서 유별난 특유의 향이 진하게 올라옵니다. 맛이랑 향이 "호박엿 사탕"을 닮았어요.


그리고 그 단맛과 질감에서 소위 "종합제리"랑 아주 많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떠올린 것 같아요. 포장지에 상표 같은 것도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면 있을 법한 바로 그 젤리입니다. 많이 먹고 싶지 않게 꽤 달고 적당히 단단하면서 인위적인 향이 진하게 올라옵니다. 꼬깔콘 젤리는 거기에서 포도향이나 오렌지향 같은 상큼한 과일향 대신 별나고 달착지근한 옥수수향이 난다는 점만 다른 것 같네요.


한 서너 개 먹고 더 못 먹었습니다. 맛없지만, 이렇게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서 판다는 취지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고독한 청년 코코넛냠냠은 꼬깔콘 젤리 덕분에 조금 즐겁고 들뜨게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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