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동무역체제
때는 청나라 말기.
영국 장사꾼들이 중국에 자꾸 양말 팔러 오지만 광동무역체제라는 청나라의 폐쇄적인 무역정책 때문에 교역이 쉽지 않다.
광동무역체제 하에서 외국 상인들은 우리 전에 아시안 게임 했던 광저우(AKA. 광주; 광동성의 수도)라는 조그만한 동네에서만 장사할 수 있다.
외국 상인은 공행이라는 청나라 상인들을 통해서만 교역할 수 있다.
음. 터무니 없는 부가세(관세)가 열 개 스무 개씩 제멋대로 붙는다.
그래서 우리 자유무역 FTA 하자고 영국이 사절단을 보낸다.
2. 삼궤구고두
영국의 조지 매카트니 백작이 이끄는 매카트니 사절단이 청나라를 방문한다.
건륭제가 대뜸 매카트니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아홉 번 박아라 하는 삼궤구고두시킨다. 와우.
이런 발상은 중국이 중심이라고 하는 중화, 중화사상, 중화의식에 근거한다.
그러니까 조선, 안남(베트남), 류큐까지만 조공 받아 주고 그 바깥은 상대 안 해. 조공체제.
당연히 매카트니는 삼궤구고두를 거절한다.
그런데 그 날이 마침 건륭제의 80세 생일 잔치였다. 생일 잔치 완전 망했다. 망했고.
덕분에 80세 생신 잔치를 망치신 건륭제가 열이 받고 실망해서 유명한 말한다.
중국은 부족한 게 아무 것도 없으니 교역도 필요 없다. 그대의 충성심을 알았으니 일부러 사신을 먼 길로 보낼 필요도 없다.
흥, 청나라에는 뭐든지 다 있다. 그러니까 아쉬울 것이 없다. 그대의 마음을 알았다. 알았으니, 영국이랑은 더 볼 일이 없다. 너네랑 안 논다.
이런 생각을 지대물박이라고 한다. 청나라는 아쉬울 게 없는데 뭐하러 너네랑 교역하느냐. 땅은 넓고 물건은 많다.
결국 마음에 기스 난 매카트니는 영국에 돌아와서 청나라 우리가 털 수 있다고 떠벌림.
3. 아편전쟁
영국이 중국의 차를 사려고 식민지 인도에서 아편을 퍼와서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한다.
아편이란 양귀비 꽃에서 추출한 마약의 일종이다.
중국 무협 보면 은자를 돈으로 쓴다. 그 많은 은들이 어디에서 났냐고 한다면 무역인 것이다.
비단 도자기 차 수출로 은 수입국이던 청은 이 아편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무역적자 나고 은 수출국이 된다.
이 때 멋있는 남자 임칙서가 등장하며 영국 아편 전부 불 질러 버린다.
근데 임칙서가 좀 그랬던 게 영국 니네는 청나라한테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 큰소리를 쳤음.
조지 매카트니 이후로 양말 팔게 해 달라고 중국에 애원하던 영국도 계속 거절당해서 삐져 있던 참이었다.
이에 영국 의회가 재산침해에 맞서기 위해 전쟁안을 가결하며 터무니 없는 실력행사를 선보인다.
소위 아편전쟁이라고 부르는 1차 중영전쟁이 발발한다.
영국은 압도적인 해군력으로 중국의 연안 도시를 공격한다.
전쟁의 양상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청조의 군함은 돛단배다. 춘천오리배 같은 거 타고 다닌다.
반면 영국은 제트스키급이다. 증기선을 타고 왔다.
그러니까 청조는 영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증기선을 타고 항구도시만 때리면서 다니는 것이다.
그 결과는 서양에 대한 중국 최초의 패배였다.
결국 영국의 전함에서 항복 서명하는 청조는 남경조약으로 영국에 홍콩을 할양하고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이 조약을 계기로 하여 전통적인 동아시아 세계의 질서를 상징해 왔던 '조공체제'를 대신하여 '(불평등)조약체제'가 형성하기 시작한다.
'(불평등)조약체제'의 핵심요점은 '관세자주권의 상실'과 대사관(영사)의 외교관이 재판하는 권리를 뜻하는 치외법권인 '영사재판권'의 두 가지다.
4. 백련교
삼성교계에서 불교 계열 종교의 흰 옷 입은 사람들이 백련교의 난을 일으킨다.
삼성교계는 섬서성, 사천성, 호북성이라는 3개 성의 경계가 마주하는 곳을 말한다.
이 반란은 30년이나 지속했는데 이 삼성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 덕에 꽤 오래 갈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각 지방(성)이 자기 동네 아니면 굳이 쫓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부정부패한 지방 관리는 정부에서 반란 진압하라고 준 돈 받아서 다른 데 쓰고 있다.
반란 때문에 정부지출은 빠져나가는데 진압은 제대로 되지 않고 전쟁특수로 지역경제만 활성화되었다.
청조의 무능이 폭로된 사건이다.
5. 태평천국
1차 중영전쟁으로 크게 깨지고 골골하던 청나라에 홍수전을 리더로 한 반란인 태평천국 운동 일어남.
만년 과거준비생 홍수전이 유교 시험 자꾸 떨어져서 유교 비판하고 기독교 놀이함.
남경을 점령하고 천경이라고 부름. 천경은 예루살렘의 한자어다. 여기가 예루살렘이다.
모든 재산을 성고라는 공동소유 창고에 모아 두고 나눈다고 하고 악습폐지와 만민평등 주장해서 인기 좀 끌었다.
땅을 N 분의 1로 나누겠다. 토지를 균등분배하겠다는 천조전무제도가 그 이념을 대표한다.
관련 유물 가운데에는 곤룡포랑 옥새가 보인다. 태평천국에서는 중국적 전통이 기독교와 혼합되었다.
하지만 결국 내분으로 망함.
이를 두고 풍우란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서양의 근대가 아닌 중세를 학습한 결과다.
유럽의 근대가 아니라 중세를 배워서 망했다. 산업화, 민주주의, 인권, 자유주의 안 배우고 종교를 배워 왔다는 것이다.
한편 태평천국의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증국번, 이홍장, 좌종당의 셋이다.
청조는 아편전쟁에서 증기선에 털린 경험이 있다. 이 셋이 서양 보고 배워서 우리도 증기선 만들자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증기선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서양을 안 때려 잡고 자기들 중국의 태평천국 때려 잡음.
6. 제 2차 중영전쟁
1차 중영전쟁은 백련교의 난과 태평천국 운동이라는 두 암덩어리와 함께 청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두 암덩어리로 고생하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중영전쟁이 발발한다.
도둑질도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손쉽다. 중국 한 번 털어 봤는데 쏠쏠하니까 다시 찾는 것이다.
영국이 이번에는 불란서까지 데려옴. 맛있는 게 있다고 친구 소개시켜 줘서 동업자로 같이 삥 뜯으러 옴.
이 전쟁으로 황제의 휴양지인 원명원이 파괴되고 홍콩에 이어 청주까지 할양하게 된다.
7. 명치유신
페리 제독과 일본의 개항.
일본인의 특징은 두 가지가 있다.
- 첫째, 오버한다: 과장된 반응을 보인다. 또 일본애들 뉴스 같은 것도 보면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 한국보다 더 관심이 많기도 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상황변화에 예민하다.
- 둘째, 호기심이 많다: 신기하고 기가 막히는 것, 진기한 것, 엽기적이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것에 눈을 반짝거린다. 그만큼 별나고 이상한 짓도 많이 하지만 새로운 문물을 유연한 감각으로 쉽게 받아들인다.
일본의 개항과 근대화에 이것이 덕이 되었다.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페리는 군함을 이끌고 태평양 건너 일본에 도착하여 미일화친조약(카나카와조약)을 맺는다.
이 때 미국의 증기선 군함을 구경하고 온 일본인들이 난리 호들갑 떤다. 우리 큰일났다. 일본은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빨리 개혁하자고 한다.
존왕양이 막부타도 20대 초중반 정도밖에 안 되는 젊은 사무라이들의 메이지 유신 한 방에 근대화가 성공 끝나 버렸다.
징병제(군대)와 의무교육(학교)이라는 근대 국민국가의 두 기둥을 세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신분제가 철폐된 세상에서 그 둘이면 상놈이라도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다.
근대화를 위해 수 차례 힘겨운 사건이 있었던 중국과 다르게 일본은 메이지 유신 하면 그냥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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