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근대화의 노력: 동아시아 근현대사 #2

지난 이야기

2017/05/06 - [잡담] - 서양과의 만남과 충격: 동아시아 근현대사 #1

영국은 사람들이 차를 즐겨 마시는 풍습이 있어서 홍차의 나라라고도 부른다. 찻잎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오던 영국이 청나라에 우리 친하게 지내자고 사절단을 보낸다. 영국에서 먼 길 바다 건너 온 손님에게 청나라는 우리는 아쉬울 게 없다고 말하면서 교역하고 싶으면 너희가 머리를 땅에 아홉 번 박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식으로 여러 번 거절당한 영국은 삐져서 청나라에 아편이라는 마약을 팔기 시작한다. 청나라가 아편을 금지시키자 영국은 그것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켜 청나라를 무력으로 굴복시키고 개항시키기에 이른다. 서양에게 깨지고 쓴맛을 본 청나라는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란으로 몸살을 앓는다.

한편 중국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문을 닫고 지내온 일본 역시 군함을 이끌고 온 미국의 페리 제독에게 항복하며 무력에 의해 개항하게 된다. 이 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재빠르게 세계 정세를 파악한 일본은 유신을 단행하여 단번에 개혁에 성공한다.

1. 양무운동

서양의 해군과 신식 무기에 털린 청나라는 우리도 서양을 조금 배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중국 본연의 것은 유지하되 서양의 근대적 기술과 공업을 배워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서양을 무찌르자.

증국번, 이홍장, 좌종당의 세 사람의 관료가 주도한 양무운동(자강운동)으로 청나라 역시 서양식 군대와 기술을 얻게 된다.

양무운동 시기에는 외국 과학기술서적의 번역출판, 외국어 학당 및 군사학당 설립과 해외유학생 파견도 시도되었다.

청나라 각지에 신식 공장이 건설되며 근대화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드라마가 순탄하면 재미 없다.

근대화 싫다며 발목 잡은 사람이 있다. 그것이 서태후다.

근대화하면 황실은 밥이 달라지나 뭐가 좋아지나. 뭐 하러 돈 쓰냐.

청나라가 전쟁할 때 서태후는 불금에 클럽 가는 것처럼 대리석으로 만든 유람선에서 파티를 연다.

이번에 문재인씨가 대통령 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우리 밥상이 바뀌나. 아무 것도 안 바뀐다. 그런 것과 같다.

서태후와 같은 중앙정부 내 보수적 반대파의 존재는 자강운동의 걸림돌이 되었다.

반면 양무운동이 있었던 당시 메이지 유신으로 개혁하던 일본은 중앙정부가 근대화를 쭉쭉 밀어 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한테도 깨진다. 이제는 중국이 아시아에서도 지는 것이다. 서양한테 지는 건 그렇다 쳐. 일본한테도 깨진다.

양무운동이 진행되던 때와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중국 본연의 것은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과학기술과 군사력만 서양에게 배우자는 내용의 양무운동과 메이지 유신은 서로 정반대의 성격이다.

메이지 유신 당시의 일본은 기존 동양의 사상과 관습을 완전히 버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서양을 배워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서양식으로 바꾸기 위한 개혁을 시도했다.

일본인은 머리도 짧게 깎고 서양 음식처럼 고기도 썰어서 먹고 셔츠와 넥타이를 입기 시작했다.

반면 청나라 사람은 변발에 전통옷을 입고 있다. 양무운동의 기본 정신은 중체서용이다. 서양에서 꼭 필요한 기술만 배워오면 되지 중국의 문화까지 버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그리하여 청나라 양무운동과 일본 메이지 유신의 결과로 청일전쟁이 발발하며 이 두 나라가 맞붙게 된다.

이 전쟁에서 일본에게 완패한 청나라는 양무운동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했다.

서양의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상과 관습까지 통째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일본의 방식이 옳았음이 증명된 것이다.

청일전쟁 이후로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각국이 모두 일본을 따라 근대화를 시도하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사건이 오늘날 우리가 서양식 사회제도와 복장을 하고 사는 시대(근대)가 시작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증국번, 좌종당의 호남파 군대와 이홍장의 안휘파 군대는 서양의 도움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민중반란을 진압할 수 있었지만 지방별로 다른 군대로 인해 분열이 생겼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방주의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팔다리가 따로 노는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다.

양무운동은 결국 청일전쟁에서 청이 일본에게 패배하며 좌절을 맛본다.

이 무렵의 중국에는 거대한 중화제국이 참외처럼 쪼개져 열강의 분할통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과분과 망국멸종의 위기감이 조성되기 시작한다.

2. 무술변법

광서제(황제)

양무운동에 이은 청조의 두 번째 자강운동은 무술변법이라고 부르는 변법자강운동이다.

강유위를 비롯하여 양무운동이 메이지 유신에게 깨진 것을 본 청조의 엘리트들은 무술변법을 일으킨다.

무술변법은 메이지 유신을 카피한 정치개혁 운동이다. 근데 카피했는데 약간 잘못 카피했다.

공자를 일본의 천황처럼 높이자고 했던 부분이다. 공자를 업시키자.

일본이 메이지 유신으로 존왕양이를 내세워 천황을 높인 것처럼 존경하고 빨아 줄 대상이 필요했는데 마땅히 찾지 못한 것이다.

무술변법은 황제까지도 동의해서 일어났는데, 서태후의 반대로 100일만에 실패하고 황제는 서태후에 의해 유폐되어 죽임당한다.

조선의 갑신정변이랑 비슷하다. 무술변법이 100일이고 갑신정변은 3일 갔다. 둘 다 메이지 유신을 카피했다.

3. 의화단운동

양무운동이다 무술변법이다 무슨 전쟁이다 하는 이 모든 사건은 서양과의 만남에 의해 촉발되었다.

오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중국인들이 처음부터 서양인을 만나지 말 걸 하는 생각도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민중들의 주도로 서양인 배척을 골자로 하는 의화단 운동이 전개된다. 배외감정. 부청멸양. 양키고홈.

의화단 운동을 영어로는 Boxer Rebellion이라고 하는데 이 복서란 복싱하는 바로 그 복서다.

권법으로 서양인들을 때려잡자. 이상한 생각을 한다.

민중들이 서양을 배척하려고 권법으로 총칼을 때려잡는다는 이상한 상상하게 된 것이다.

권법해 봤자 총에는 안 된다.

의화단 운동의 결과는 8개국 연합군 북경 점령이다.

의화단 사건을 빌미로 8개국 연합군이 중국에 쳐들어온다.

사진은 군대가 자금성까지 진군해 와서 포토타임을 즐기는 모습이다.

4. 신정

1차 중영전쟁(아편전쟁)의 결과로 맺어진 남경조약으로부터 의화단 운동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청나라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개혁을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여태까지 청나라 중앙정부(AKA. 서태후)가 뒷짐 지고 발목만 잡아왔기 때문이다.

청나라가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수십 년의 세월을 허비한 것이다.

의화단의 패배 이후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서태후는 신정을 지시하여 근대화 개혁을 추진한다.

신정은 처음으로 중앙정부가 주도한 서구화 근대화 개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중국사회의 근대화는 이 때부터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서태후의 신정은 허울뿐인 개혁이었다.

신정, 다시 말해 새로운 정부 새로운 정치를 한다고 쓰고 신식군대라고 읽는다.

- '신식군대 왜 만들었을까요.'

- '국방력 키우려고요.'

... 그런 건설적인 생각 했으면 청이 안 망합니다.

자기들 황실 지키려고 만들었다.

신정은 큰 돈 들여서 신식군대만 키웠지 정치 개혁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 결정적인 사례가 만주족 내각이다.

청나라 중앙 정부는 의회 개설과 헌법 제정과 같은 정치 개혁 요구에 대응해서 만주족 중심의 황족 내각을 조직하여 청조의 몰락을 앞당겼다.

5. 메이지유신

메이지 정권은 근대화 개혁 정책을 통해서 징병군대와 의무교육이라는 '근대국민국가의 두 기둥'을 세우는 데에 성공했다.

그밖에 세 가지 측면에서 메이지 유신의 성과를 살펴볼 수 있다.

1. 경제: 국가주도로 강력한 경제성장정책이 추진되었다. 이를 식산흥업이라고 한다. 또한 전신건설과 우편제도 등이 실시되어 인프라 구축이 급속히 이뤄졌다. 토쿄-요코하마간 철도가 개통되었다.
2. 법률: 입헌군주제를 새로운 정치체제로 도입했다. 당시 실력자였던 이토 히로부미는 프로이센(독일)에서 법학자들의 헌법강의를 듣고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등 법학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대일본제국 헌법(메이지 헌법)을 작성하여 공포한다.
3. 의회: 이토 히로부미는 자유민권 운동가인 오쿠마 시게노부와 이타카키 다이스케의 정당들에게 정권을 내주어 정당정치를 시험하며 스스로 정우회라는 정당을 만들어 총재가 되었다.